빈 스쿱으로 길을 지나면 둥글둥글 아이스크림이 만들어진다. 다정함을 느낀 순간을 기억에 차곡차곡 담는 것도, 다정한 마음으로 사는 것도 꼭 그와 같았다. 둥근 품으로 살다 보면 둥글둥글 겹겹이 모인 순간들이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되어 돌아오곤 했다.

불안한 밤 엄마가 건네주신 포근한 우유 한 잔, 배 아플 때 노래 불러주며 배를 쓰다듬던 남자친구의 손길, 울고 있을 때 자취방 현관문을 두드리던 친구들, 좁은 버스 통로에서 먼저 내리라고 양보하던 누군가, 여행 중 길을 잃었을 때 알려 주던 외국인까지. 다정함은 사랑의 구체적인 모습 같았다.

그런 날엔 꼭 일기를 쓰거나 사랑하는 이에게 이야기했다. ‘이런 일이 있었어. 너무 감사하지?’, ‘정말? 그렇네.’ 그렇게 주고받으면 서로의 세상이 곧 환해졌다. 밝게 마주한 얼굴 사이로 은은한 빛이 번져 나갔다.

퇴근길 만원 지하철, 짜증이 나려 할 땐 친구가 한 말을 떠올린다. ‘다들 힘든가 봐.’ 자기 몸보다 훨씬 작은 두 발의 아치로 휘청이며 서 있는 풍경을 보니 사는 건 모두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그들 또한 다정함을 선물 받으면 하루 끝에 씩 웃게 되지 않을까.

앞에 어깨를 축 내린 아저씨는 사랑하는 아빠일지도, 우는 걸 애써 숨기려는 젊은 여자는 소중한 친구일지도 모른다. 모두 힘들었겠지, 애틋하게 다정한 마음을 가져본다. 그 마음만으로도 아이스크림이 둥실둥실 떠오르기 시작한다. 지하철에서 내릴 때 바쁜 사람에게 양보해 보고, 버스에 타며 기사님께 힘차게 인사해 본다. 그러면 상대방의 미소가 거울에 비치듯 내게 종종 되돌아온다. 기사님은 환영해 주고, 뒤에 있던 이는 내게 먼저 가라고 양보해 준다. 둥글둥글 아이스크림의 달콤함이 사르르 퍼져나간다. 온 세상에 부드럽고 달콤하게 다정함이 스며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