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현에게,

사실 너에게 편지를 썼던 건 그때의 나를 기록하기 위함이었던 것 같아. 그 시절에 나는, 나를 써내기라도 하지 않으면 사라져버릴 것 같아서 너에게 편지를 부칠 수밖에 없었어. 수년 동안 카메라를 들고 나를 기록하는 일을 해내고 있는 너는, 그 편지의 당연하고 유일한 수신자. 쓰면서 울고, 써낸 뒤 울면서, 내가 나의 어둠을 기록하는 분투에도 찾아내지 못한 언어를, 7년이 지나고 나를 담은 너의 기록에서 발견하고 있는 요즘이야. 누군가를 궁금해하고 기록하는 일이, 우리 각자가 완벽한 타인이기에 서로에게 닿을 수 없는 곳이 있다는 걸 가르쳐주고 있는 것 같아. 그 거리감을 인정하고 나서야, 나로 시작되었지만 결국 우리의 이야기가 된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서야, 이제야 나를 둘러싼 세상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앞으로의 시간이 함께 더 깊어지는 여정이기를. 그리고 관객들의 이야기를 만나, 더 큰 우리로 확장될 수 있기를. 이따가 영화관에서 보자.

-강원이가

다큐멘터리 <퀴어 마이 프렌즈>는 저의 오랜 친구 아현이 감독이고 어쩌다 보니 제가 주인공인 영화로, 7년의 세월을 거쳐 드디어 8월 9일에 개봉했습니다. 개봉을 코앞에 두고 마음에 일렁이는 단어를 편지로 짧게 적어보았습니다. 친구가 제 이야기를 호기심과 애정으로 찍기 시작한 프로젝트가 결국 '우리의 이야기'가 되어 영화의 형태로 완성이 되었네요. 그래서 저는 이 영화가 정말 너무 소중합니다. 개인적이고 내밀한 이야기가 담긴 다큐의 결과물이 두렵고 걱정되기도 했지만, 저의 이야기를 넘어서 하나의 작품으로 태어난 이 영화의 탄생이, 한 명의 관객으로서 정말 반갑습니다. 쉽지 않은 독립 다큐멘터리 시장에서 여성 창작자들이 만들어 낸 작품이기에 더더욱 많은 분께 의미 있게 가닿았으면 좋겠어요. 저의 이야기라기보다는 타인을 향한 시선을 고민하는 여정을 담은 영화라고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다큐를 만드는 과정이 아현과 저에게 그랬듯이, 이 영화를 보시고 조금 덜 외로웠으면 좋겠어요. 영화관에서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