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3일부터 올해 연말까지가 딱 100일이 남았다고 해요. 곳곳에서 100일 챌린지를 시작하더라고요. 무엇을 시작하는게 어렵다면, 100일 챌린지처럼 나름의 이유나 핑계를 찾아서 시작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우리 <오곰장 편지>도 희곰, 은곰, 하곰이 좋은 문장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으로 일단 시작했는데, 벌써 15호가 되었더라구요.

이유가 있는 시작도, 그냥 시작도 무언가를 시작하는 일은 긴장되지만 설레는 일 같아요. 지금의 시작이 나에게 가져다줄 알 수 없는 미래를 작게나마 기대하는 마음이 시작과 동시에 세트처럼 찾아오니까요. 주저하고 계신 곰님들, 시작했지만 꾸준하지 못해 다시 시작해야하나 고민하는 곰님들, 어떻게 시작해야하나 고민하는 곰님들을 위해 시작과 관련된 문장들을 가져왔어요. 오곰장은 곰님들의 시작을 와구와구 응원해요!! 🙌🏻 _하곰 드림🐻

두려워서 그래

✍️ 쏘히곰

"우리는 안다. 당장 시작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 ‘

두려움’ 때문이라는 것을"

📖 팀 패리스, <타이탄의 도구들>(토네이도)

나를 소개하는 문장을 이렇게 적었다. "좋아하는 게 많아요. 일단 무엇이든 해보고 있어요." 이 문장이 온전히 내 것이 되기까지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렸다. 이전에 나를 소개하는 문장은 맥락은 비슷하지만, 조금 달랐다. “좋아하는 게 많아요. 그래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설명했다. 좋아하는 게 너무 많으니,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하고 마무리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리고 좋아하는 게 많은 내가 부끄러웠다. 어쩌면 그 부끄러움은 두려움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두려움을 깨기 위해, 난 조그만 도전을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처음에는 치약 디스펜서 사기, 순두부 열라면 해 먹기 , 집 앞 카페 가보기 등 일상적인 일들로 도전했다. 일상 속에서 도전하다 보니 조금 더 큰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막상 그 도전들을 시작해보려니 두려움이 나를 또다시 막았다. 그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소희야, 실패해도 괜찮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아. 그리고 아무도 모를 수도 있어.”

많은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실패에 대한 부끄러움과 두려움으로 변하고 있었는데, 아무도 모를 수도 있다니, 뭐라고 하지 않는다니, 괜찮다니.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그냥 해보고 싶었다.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8년 동안 장롱 면허였던 내가 운전대를 잡아 연습하게 되었고, 운전을 시작했다. 막상 해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재밌었다. 그리고 회사원 생활을 청산했다. 사직서를 내고 프리랜서의 삶을 시작했다. 회사에 소속되지 않을 내 모습이 두려웠지만,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에, 그냥 했다. 그렇게 차차 도전을 해나가니, 새롭게 시작하는 일이 많아졌다. 모두 내가 좋아서 하게 되었고, 그걸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좋아하는 게 많아요. 그래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문장을 적은 나는 한 가지를 집중적으로 좋아하는 나 자신을 그대로 인정하는 게 두려웠다. 그리고 꾸준하지 않아 게으르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좋아하는 게 많은 나를 정말 꽉 안아주고 싶다. 부끄러워하지 않고, 시작하는 것이 두렵지 않은 내가 멋지다. 살아가다 보면, 당연히 또 두려운 것들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시작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때 다시 되뇌일거다.

“소희야, 실패해도 괜찮아. 일단 도전해 보자. 일단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