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희망을 구체적인 직업 단위로 물어보는 것은 그만했으면 좋겠다. 대신 이런 질문이 . 더좋을 텐데.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한가?" 그리고 그 일을 더 잘하기 위한 방안을 매년마다 목표로 세워주는 교육, 얼마나 멋져 보이는지."

📖 김져니, <갑자기 어른> 

문장수집가가 색조합에 진심일 때 생기는 일

by 주미오곰

저는 다양한 색상들을 요리조리 조합해보는 일을 좋아해요. 그림도 안 그리는데 100색 색연필을 가지고 있는 것도 그래서이고, 네일샵에 꾸준히 다니는 것도 매번 조금씩 다른 색을 선택하는 걸 재미있어하기 때문일 거예요. 이렇게 컬러에 진심인 사람인데, 문장 수집할 때 쓰는 인덱싱용 포스트잇만 보면 좀 심란해집니다. 문구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3M의 그 투명 포스트잇 제품 많이 아시죠? 100색 포스트잇도 모자랄 판에 빨주노초파남보의 이 조촐한 색상 구성이라니요! 그런데 제 책장을 살펴보니, 제가 이 포스트잇들 가지고도 나름 요리조리 색상 놀이를 해왔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제가 그동안 읽은 책에 남겨둔 포스트잇을 보며 그 속에 숨겨진 사용 패턴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 사용 원칙은 ‘깔맞춤’입니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책의 표지 색상에 맞추는 방법이 있겠고요, 대표적이라 할 만한 표지 색상이 없으면 표지에 사용된 일부 색상 요소에 맞춰보기도 해요. <태도에 관하여>는 씨실과 날실처럼 얽힌 표지 그림 속에서 날실의 빨간색에 포스트잇 색상을 맞춘 것 같고요,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는 띠지인 보라색에 맞춰 봤나 봅니다.(네…제가 이런 화법을 쓰는 건 붙일 때는 정작 별생각이 없는데, 사후에 분석해보다 보니 그렇습니다.)

두 번째는 ‘톤온톤’, 즉 비슷한 색상들을 조합해 봅니다. 파란색 심상이 지배적인 <여름의 피부>에는 파랑 포스트잇에 하늘색을 곁들여 보았고요, <제철행복>의 읽을 땐 계절마다 바뀌는 숲속의 나뭇잎들이 떠올랐는지 연두색, 녹색, 노란색을 많이 섞었네요. 그럼 갑자기 저 주황색은 뭐지? 숲속에 수줍게 피어난 들꽃이라고 하겠습니다.ㅎㅎ

마지막으로는 ‘보색’, 완전히 대비를 이루는 색상을 써볼 수도 있어요. “빨간색의 보색은 청록색, 주황색의 보색은 하늘색…” 초등학교 때 미술 시험을 보려고 열심히 외운 건데 생각보다 오래 써먹고 살고 있네요. <오늘도 2명이 퇴근하지 못했다>는 주황색 띠지가 주는 인상이 이미 인상적인데, 책을 읽으며 더 강력한 감정을 느꼈는지 보색의 강렬한 효과를 주고 싶었나 봐요. 하늘색의 포스트잇을 많이 썼습니다. 두 번째 책은 기본적으로는 깔맞춤인데요. 너무 많은 페이지에 인덱스를 남기다 보니, 이 책의 결정적 한 문단이라 할 수 있는 곳에는 일부러 보색을 넣어 나중에라도 꼭 눈에 띄게 하고 싶었어요. 지금까지 소개된 원칙만 보고 이 책의 제목을 유추해볼 수 있는 분이 있을까요? 그렇다면 역시 여러분은 애서가가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