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장 브금 : Daniel Caesar - Best Part

📚 오늘의 문장메모 : 완벽에서 해방시켜주는 문장들

✍️ 오곰장 에세이 : 옛 사람 말 틀린 거 하나 없네, 완벽보다 완성을 위해 by 도이곰

🤔 오늘의 질문 : 온전히 편안함을 느끼는 장소는 어디인가요?

오곰님들은 완벽이라는 굴레에서 어떻게 벗어나시나요? 저는 조금만 방심하면 이상적인 기준을 빳빳하게 세워놓고 완벽한 아침, 완벽한 하루, 완벽한 여름, 완벽한 산책, 이런 것에 집착하게 됩니다. 당연히 완벽한 00은 없고요. 남는 것은 완벽이라는 벽에 갇혀 행동으로는 아무것도 옮기지 못한 반성하는 저만 남아요.(흑흑) 오늘 편지에는 완벽이라는 기준에서 해방시켜줄 열쇠가 될 만한 문장들을 모았습니다. 함께 완벽에서 해방되어서 자유롭게 시도하고 행동해봐요! _은곰

인생이 한 편의 영화라면, 네가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라는 걸.

완벽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목이 살짝 답답해집니다. 목 끝까지 단추를 채웠는데도 넥타이로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나를 꽉 조여 매는 기분이랄까요. 한때는 “난 완벽주의자라서”라는 말이 명품백인 양 어깨에 걸치고 품에 끼고 사람들을 만날 때도 있었습니다. 마치 강화된 마법 주문처럼 저를 더 강력한 능력치를 발휘하게끔 도와주기도 했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데도 유용했습니다. 아, 성공한 커리어우먼의 아우라도 조금은 득템했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업무 중 상대방이 납기를 안 지키거나 까칠함으로 무장해올 때 자신을 “완벽주의 성향이 강해서요”라고 말하면 유야무야, 두루뭉술 불편한 감정들을 에휴, 하고 삼키기도 했습니다. 그 무슨, 만능주문처럼 말이에요.

과연 완벽이라는 기준과 경지는 도달할 수 있는 상태인 걸까요. 저는 같은 ‘완’이지만 '완벽'보다는 '완성'에 초점을 맞추는 삶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완벽이라는 기준으로 일을 바라보면 부족함에 먼저 눈길이 갑니다. 하지만 일은 결과만큼이나 과정도 중요하죠. 미완성의 상태에서 살을 붙이고 깎고 틀을 뒤틀고 보충하는 일련의 시간과 에너지를 더해 만들어낸 완성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완벽하자!’가 아닌 ‘완성으로 나아가자’라는 다짐은 순간이 아닌 연결과 지속에 무게를 두기 때문이죠. 

“완벽하려고 미루는 것보다 지속적으로 고쳐나가는 것이 낫습니다”_마크 트웨인 

예전에 이런 문장을 보면 괜히 입이 샐쭉해졌어요. 마크 트웨인같이 자기관리에 철저하다 못해 널리 명언을 남기고 후대에 널리 알려진 사람이라야,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거겠지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거든요. 이제는 압니다. 잡곡밥을 오래오래 꼭꼭 씹으면 풍겨 나오면 고소한 맛과 단맛처럼 명언도 그러하다는 걸요. 역시, 옛사람 말 중에 틀린 게 없습니다. 

그래서 마크 트웨인 형님이 말한 데에 동의하면서 제가 세운 완벽이 아닌 완성, 미완성을 완성으로 채워 만들어나가는 모든 순간을 긍정하며 하루를 보내는 데 집중하려 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과 즐거운 순간들로 차곡차곡 쌓아가는 시간, 절망에 가까운 초안이 꾸물꾸물 피드백과 퇴고를 거쳐 그럴 법한 에세이가 되는 경험, 밥물 맞추기에 점점 자신감이 붙어 남편 입맛에 찰떡으로 맞춰나가는 밥 짓기 달인이 되는 시간 등은 완벽이 아닌 완성에 가까우니까요. 

일상에서 완벽 대신 그 자리에 완성을 넣어보세요. 기가 막힌 명약의 처방은 아니더라도 은은하게 풍기는 차 내음처럼 마음을 가라앉혀주는 효험이 있을 거라고, 마크 트웨인 형님의 말에 기대어 응원을 건네봅니다. 

"장소가 사람보다 더 믿을 만하고, 가끔은 사람보다 더 오래 관계가 유지되기도 한다고 말이다."
_리베카 솔닛, <멀고도 가까운>

온전히 편안함을 느끼는 장소가 있나요? 저는 작년에 다녀온 보길도의 숙소 앞 바다였어요. 파도소리를 들으며 수평선을 멍하니 바라보던 벤치에서 행복감을 느낄 만큼 편안했답니다. 오곰님들은 어디서 편안함을 느끼실지 궁금해요. _희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