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무엇일까요? 너무나 익숙하고 흔한 단어, 행복. 하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는 행복. 몇 년 전 소설가 정유정 작가는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저는 행복이 어떤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 행복이라는 것은 그냥 우리가 어떤 일을 성취했을 때 혹은 누군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든가 사랑하는 사람과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든가 이럴 때 느끼는 순간순간으로 쌓이는 감정의 경험이지 이게 어떤 실체가 있는 그런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행복은 추구하면 추구할수록 내가 행복해야지라고 행복하기 위해서 그 일을 하면 할수록 더 도망가는 게 행복이 아닐까. 자기 삶에 불행도 있고 결핍도 있고 불운도 있다는 것을 인정할 때 비로소 행복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고 깨달을 수 있는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해요.”(2021.08.26. SBS뉴스 인터뷰 중)

오늘은 행복, 행복에 대한 문장들을 모아 보냅니다. 이 문장들이 오곰님들에게 행복의 순간을 더 자주 깨닫고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면, 저희도 행복할 것 같아요.

"우리에겐 아직 쓰지 않은 용기가 있다고,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 또한 있다고,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해도 언제든 내가 나에게 더 나은 시간을 줄 수 있다고. 어쩌면 '해야 한다'고 여기는 일들에 쫓기느라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떻게 살 수 있는 사람인지 너무 오래 잊고 지낸 건 아닐까."

📖 김신지 지음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잠비)

퇴사한 다음 날,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을 앞에 두고 한참을 서성거렸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떻게 살 수 있는 사람인지” 오래 잊고 살았던 터라, 해야 하는 일이 없는 시간을 하고 싶은 일로 채우는 게 어색했다. 퇴사를 했다고 하면 다들 물어본다. 뭘 할 건지, 여행은 안 가는지, 이직은 바로 안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지만, 사실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것은 ‘걷기’였다.

아무 생각 없이, 일에 쫓기지 않고, 걷고 싶을 때 걷는 일. 언제든 할 수 있는 일인데도 계속 생각이 났다. 퇴사한 지 이틀째 되던 날,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접어두고 집 밖을 나섰다. 걷고 또 걸어서 한강에 도착했을 때, 서울에서 사는 동안 혼자서 한강에 온 게 오늘이 처음이라는 걸 깨달았다. 한강 너머 보이는 야경과 시원한 밤공기. 홀가분한 기분. 퇴사를 했다는 게 이제야 실감이 났다.

들뜬 걸음으로 한강을 따라 걸었다. 농구를 하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 산책로를 따라 뛰어가는 사람, 돗자리에 누워 밤하늘을 보는 사람, 강 곁에 앉아 물결의 무늬를 바라보는 사람. 그 사이에서 걷고 있는 나. 문득, 하늘이 볼록하게 휘어지면서 이 공원에 있는 모든 존재를 감싸 안아주는 것 같았다. 둥그런 하늘 아래에서 다 함께 숨 쉬고 있다는 느낌. 들이마실 때 다 같이 부풀었다가 내쉴 때 다 같이 쪼그라드는 감각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오래전 제주도 함덕 바다에서 밤 수영을 했던 날도 비슷했다. 한치 배 불빛에 실루엣만 간간이 비치던 밤바다 위에서, 온몸에 힘을 빼고 둥둥 떠 있었던 그날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그래, 맞다. 이 느낌. 잘 돌아왔구나.

쓰지 않은 용기와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인지하는 일, 언제든 내가 나에게 더 나은 시간을 줄 수 있음을 잊지 않는 일은 어쩌면 내가 무엇을 할 때 감탄하고 기뻐하는지를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아닐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다시 해야 하는 일에 쫓기게 되더라도 나는 언제든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걸 기억하고 싶었다. 둥그런 하늘 밑에서 함께 숨 쉬며 걸었던 감각이 마음 한편에 새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사랑하는 시간대를 만나기까지 하루를 건너가며 일상은 펼쳐집니다."

📖 이도우 지음,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위즈덤하우스)

저는 밤보다 아침을 좋아하는 거 같더라고요. 특히 무엇이든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주말 아침을 애정하는 편입니다. 그 시간대에는 마치 내게만 시간이 보너스로 주어진 것처럼 자신감과 여유가 넘쳐나게 돼요. (보통은 그러다가 일요일 오후쯤에 큰코다치게 되죠. 하하.)

사랑하는 시간대와 그 시간대를 만나기까지의 기다림. 그렇게 하루가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되고, 인생이 되는 걸까요. 그렇다면 사랑하는 시간대를 더 많이 만드는 노력도 해보겠어요! _원더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