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곰님들께🐻, 유난히 긴 장마에 잘 지내고 계신가요? 벌써 상반기도 끝나고, 7월도 반이나 지나갔네요. 올해가 반절도 남지 않았다고, 이렇게 생각하니 이제껏 나는 뭘 했나 하는 생각에 조급한 마음이 듭니다.🥶 작년 이맘때도 이렇게 조바심을 내다가 실수를 연발하며 반성했는데 말이죠.😭 상반기를 끝내며 저처럼 서두는 마음이 드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서두르는 마음이 들 때 도움이 될 문장을 모아보았습니다. 각자의 속도로 서두르지 않고 일상을 정성껏 채색하는 오곰님들의 하루하루를 응원하는 마음을 꾹꾹 담아 편지를 보냅니다.

"침착해. 네가 가야할 곳에만 집중해야 해. 다른 달팽이들은 신경 쓰지 말고."

📣 달팽이 달리기 대회 응원의 말 중에서

서두르지 않는 마음에 대해 쓰기 위해, 엄청나게 서둘렀다. '제발...! 서두르지 말란 말이야! 아니야, 어서 써. 제발 서두르지 않는 마음에 대해 서둘러 쓰라고! 좀 잘 써보라고!' 이 모순에 빠져 잠을 이루지 못하고, 출근해서는 수첩과 메모 앱에 몰래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깨달았다. 이 서두름은 나와 내 주변에 대한 서툰 애정 표현이라는 걸.

약속에 늦을 것 같아 급하게 택시를 잡거나 무작정 뛸 때, 머리를 쥐어 뜯으며 보고서를 우다다 작성하거나 벼락치기 공부할 때를 떠올려보자.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어.’, ‘적어도 이만큼은 하고 싶어’,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며 매 순간 힘을 쥐어짰을 것이다. 자신 없고 망설여지지만 중요하고 소중한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해내고 싶은 게 있기 때문에 멈추지 않기로 결정했을 것이다. 그래서 서두를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실수도 하지만 최초의 의도는 여전히 긍정적이다. 어떻게든 해내기로 한 그 결정! 생각해 보면, 나는 그렇게 어찌저찌 해내는 법, 서두르는 법을 익히는 데에도 한참 걸렸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는 마음은 어떤 것인가? 바쁘게 키보드를 치다가 문득, 간식으로 갖다 놓은 토마토를 한참 바라본다. 땡땡하고 빨갛게 익어서 나에게 온 그 속도에 대해 생각한다. 매일 같은 걸음으로 해변을 향해 나아가는 거북이, 느리더라도 모든 길을 빽빽하게 채워 지나가는 달팽이도 떠올려본다. 더 큰 산과 바다를 보지 않아도 속상하지 않을 것처럼, 지금 가야 할 길만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을 어떻게 닮을 수 있을까?

최근 구독을 시작한 여행에세이 레터의 제목, <도착하지 않는다>에서 힌트를 얻었다. '도착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안주하거나 머무르지 않겠다는 선언 같기도 하고, '도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적시한 것 같기도 하다. 왠지 후자였으면 좋겠다.

딱히 가야만 할 곳도 없고, 꼭 해야할 일도, 목표도 답도 없는 게 사실이라면 위치와 상관 없이 모든 분초, 모든 걸음이 똑같이 중요해진다. 도착하지 않는다면 아주 잘못된 길도 없으니 길치라도 망설임이 덜 할 것이다. 마지막에 있을 보물과 달콤한 휴식이 무엇일지 섣불리 기대할 일도 없고, 다른 누가 먼저 도착했다는 환호성 소리에 조급할 일도 없다. 그냥 매일 비슷한 무게의 걸음을 딛다 보면 운이 좋은 날엔 물 만난 거북이처럼 좀 더 수월하게 나아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막판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서둘러보는 마음만 10년 넘게 배웠다. 최근 7일 동안은 그 마음으로, 짬이 날 때마다 이 글을 쓰고 지우고 다시 썼다. 그러는 동안 내 느려터진 속도를 한껏 미워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제야 알게 된 내 속도에 맞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 실망을 무릅쓰고서라도 도착하지 않고 계속 걷는 마음을 배우기 시작할 때이다. 이 배움은 아마 수십 년이 걸릴 터. 그렇다면 준비하고, 꾸준하게, 느긋하게 가보자.

지구상에 '달팽이 달리기 대회'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60년대에 시작한 유서 깊은 행사로, 참가 달팽이들은 33cm의 길을 완주하게 됩니다. 시합을 시작하기 전, 달팽이 주인은 애착 달팽이를 손 위에 올려두고 응원합니다.

"침착해. 네가 가야할 곳에만 집중해야 해. 다른 달팽이들은 신경 쓰지 말고."

"준비하고, 꾸준하게, 느긋하게!"

"출구가 보이지 않는 순간에도 그저 묵묵히 계속해나가는 것만이 이 막막함에 마침표를 찍어준다는 것을, 우리 모두 이미 알고 있다. 그러니 뾰족한 답이 없대도, 이제 와서 그만두면 뭐 할 것인가. 고민이 있다면 있는 대로 다음을 향해 묵묵히 가보는 거다."

📖 장수연 지음, <기획하는 일, 만드는 일>(터틀넥프레스)

(광고) 오곰장 편지 발행 멤버, 희곰입니다! 저는 책 만드는 일을 합니다. 1년 전 다니던 출판사를 졸업하고 1인 출판 브랜드를 시작했어요. "책 때문에, 책을 좋아해서 거북목이 된 사람들을 위한" 터틀넥프레스 라는 브랜드예요. 그리고 터틀넥프레스의 첫 책 <기획하는 일, 만드는 일>이 출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