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곰님들🐻 며칠 전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츠베덴 음악감독님이 출연한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들었어요. 얼마 전 피아니스트 임윤찬과의 공연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자신은 매일 아침 오늘은 또 무엇을 배우게 될까 기대하는데, 임윤찬과의 협연 준비과정에서 많은 걸 배웠다며 이런저런 이야길 하시더라고요. "매일 아침 오늘은 무엇을 배우게 될까" 기대하는 마음을 헤아려봤어요. 예순이 넘은 나이, 여전히 배우기를 기대하는 사람. 이분은 매일 세상을 만날 준비를 하고, 세상을 발견할 준비를 하는구나 싶더라고요. 그런 마음으로 집을 나서면, 그 하루의 경험들이 다르게 느껴지겠죠? 오늘은 세상으로 마음을 활짝 열어놓게 해주는 문장들을 소개해드릴게요. 봄꽃, 매일매일 누리는 날들 보내시기를요!💌_희곰 드림🐻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사회는 불확실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동료와 함께 하는 것이 낫다. 매우 단순하지만, 결국 목표 지점은 그곳이다. 그리고 위험에 꼼짝 않고 눌러앉기보다 마음껏 움직이는 편이 훨씬 후련하다. 그렇게 우리는 멈출 수 없는 호기심, 팀워크를 무기 삼아 다음 즐거운 일을 향해 또다시 나아간다."

— <도쿄R부동산 이렇게 일 합니다> P.198

“리라님이 함께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퇴사 후 9개월 차, 정말 오랜만에 첫 오퍼를 받았을 때의 설렘이 다시 느껴졌다. 그 당시 나는 유학생이어서 미국에서 일을 하려면 비자가 필요했고, 이력서가 아무리 좋아도 외국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두드릴 수 있는 문이 남들보다 확연히 적었다. ‘미국에서 생존’이라는 버거운 목표를 짊어졌던 그땐 하고 싶은 일 같은 걸 생각해 볼 여유가 없었다. 비자를 지원해 줄 수 있는 대기업 취업은 3학년 가을학기 채용 시즌에 결정되지 않으면 대학원에 가지 않는 이상 다음 기회를 얻기가 어려워 시간이 갈수록 초초해하고 절박했던 내 모습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어느 날 학교 수업을 마치고 길을 건너다 문득 ‘이렇게 큰 도시에 일자리 하나를 찾을 수 없다니’ 울컥했던 순간도 함께.

회계사로 5년 차에 들어섰을 때 이 일을 오래 할 수 없을 거라는 걸 깨달았다. 잘하는 일이었지만 하고 싶어지는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또 몇 년이 흘렀다. 한계에 부딪혔다. 마음에 가뭄이 든 것 같았다. 승진을 해도 기쁨보다는 부담감이 느껴졌다. ‘일’이 뭔지, ‘나’는 누구인지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방황했고 우연히 리추얼 플랫폼 밑미를 알게 됐다. 나는 여전히 미국에 있었지만, 한국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며 함께 고민을 나눌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큰 위로를 받았다. 우울과 무기력으로 가득했던 동굴에서 나오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씩 들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나를 알아가면서 용기라는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오랜 고민 끝 퇴사를 결정했다.

퇴사는 ‘끝’이면서 ‘시작’이었다. 다양한 일의 방식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쳐 있던 몸과 마음을 보살피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을 더 이상 미루지 않았다. 작게는 서점에서 시간 제약 없이 독립 잡지를 구경하는 일부터, 불어를 연습하고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하는 것까지. ‘일’에 대해 탐구하다 보니 영국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관련 커뮤니티를 발견했다. Careershifters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커리어 방향성을 문장으로 정의내리고 계속 기회의 문을 두드리는 연습을 했다. 작은 단위로 내가 정한 방향성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젝트를 혼자, 함께, 혹은 소정의 보상을 받는 형식으로 검증했다.

그렇게 기회의 문을 두드리다가 문 하나가 활짝 열려버렸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 사람들이 좋았다. 갑작스러운 기회였기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지만, 막상 정리된 생각은 단순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함께하고 싶은 동료와 해보고 싶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나는 여전히 불안하고 거절이 두렵다. 하지만 이제는 그 불안과 두려움을 피해 다시 동굴로 들어가기보다 세상을 향해 한 발짝 내딛어 보고 싶다. 잘 해낼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