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이 코앞으로 다가온 기념으로 중학교 1학년 학생들 앞에서 이 문장을 힘껏 소리내어 읽고 수업을 시작했다. 오늘 나와 처음 만난 학생들이라는 사실이 무색하게 시끄럽게 떠들던 학생들이 일순간에 조용해졌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지 벌써 7년 차에 접어들었다. 교직 생활은 여러모로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는데 그중 가장 큰 충격은 학생들의 상당수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무기력하다는 데에서 왔다. 7년 동안의 교직 생활은 이리도 무기력한 학생들에게 내가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할까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그 답을 찾기 위해서 나는 나를 스쳐지나간 수많은 선생님들을 종종 떠올려보기도 하고, 학생들에게 건넬 수 있는 좋은 문장을 만나기 위해 책 속에 파묻혀보기도 한다. 그러다 만난 문장이 바로 “10대라는 시기가 꼭 뭔가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은 아니다.”였다. 

어렸을 때 귀에 피가 나도록 들은 문장 중 하나는 바로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이다. “Boys, be ambitious!”라니. 이 문장을 만난 지 10년도 더 지났지만 여전히 듣기만 해도,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의 생김새를 보기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진다. 하지만 이 문장은 때로 어린 시절의 나를 슬프게 했다. 나는 야망이라 표현할 만한 큰 꿈도 없었고, 부모님의 생각과 달리 눈앞에 놓인 과제들을 겨우 해내는 수준의 아이였기 때문이다. 

나의 학창 시절은 내내 인생의 다음 단계를 생각하며 버티는 시간이었다. 중학생 때는 좋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고등학생 때는 좋은 대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대학생 때는 너무 늦지 않게 졸업을 하고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직업을 갖기 위해 엄청난 부담감을 갖고 하루하루를 겨우 버텨냈다. 어느새 어른이 된 나는 그때의 내가 너무 불쌍하다. 당시 하루하루를 버텨내느라 단 한 순간도 제대로 즐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때도 분명 봄이 오면 예쁜 꽃이 만개했을 테고, 초여름이면 온 세상이 내가 좋아하는 초록색으로 물들었겠지. 가을이면 공기가 한층 상쾌해져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줬을 것이고, 겨울이면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시작된다는 설렘이 세상 여기저기서 느껴졌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모르고 살았다. 알면서 모른 체한 건지 정말 몰랐던 건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중요한 건 미래를 위해 그때만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자꾸 유예했다는 사실이다. 

내가 학교 현장에서 만나는 학생들은 미래만 바라보며 10대에만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유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10대의 시선으로 더욱 열심히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관찰해보길. 공부 외에도 소중한 것들이 넘쳐난다는 사실을 깨닫고 매일 작은 낭만이라도 누리길. 자신이 보내고 있는 그 시절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고 하루하루를 잘 보내길. 어른이 되었을 때 웃으며 자신이 보내고 있는 이 시절을 추억할 수 있길. 학생들이 이런 삶을 살 수 있도록 다정한 응원을 건네는 어른이 되고 싶다. “Be ambitious”가 아니라 “Be brave”. 즉 야망이 아니라 작은 용기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어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