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잘하는 거, 추앙

✍️ 미리곰

저 대사를 사랑했다. 살면서 ‘추앙’이라는 단어를 써본 적도, 쓰는 사람을 본 적도 없었는데 추앙에 이런 뜻이 있다니 당장 써먹어봐야 한다. 옆에서 배를 득득 긁고 있는 남편에게 말했다.

순간 머리를 띵 맞은 것 같았다. 맞다. 내가 제일 잘하는 거, 매일 하는 거, 그게 추앙이었다. “넌 뭐든 할 수 있어. 너는 될 놈이야. 안 되면 말지 뭐, 네가 제일 예뻐”라고 말해주는 거.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추앙받고 있었다.

나는 나를 소개할 때 “사고뭉치에 엉망진창인 채로 40년째 살고 있지만, 그런 내가 너무 사랑스럽습니다”라고 말한다. 10대나 20대에는 엉망진창일 수 있고, 사회 초년생일 때는 사고뭉치일 수 있지만 나는 내가 그 상태, 그대로 40대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니, 나이가 들면 들수록 기억력 감퇴와 사고력과 창의력까지 잃어가고 있어 상태가 더 심각해지고, 사고의 유형은 해가 갈수록 다이내믹하게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나에게 절대 실망하지 않고 이렇게 말해준다.

“와우~ 오늘도 너무 너다웠는데~ 괜찮아,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도 다음에는 요거요거만 좀 신경 써보자~ 할 수 있잖아~ 그치?” 이렇게 말하고 툭툭 털어버리...지 못하고, 내내 자책하고, 시간을 되돌려도 보고, 이렇게 된 원인을 복기도 해보지만 결국 벌어진 일을 수습할 수 있는 방법은 내 마음가짐을 달리하는 일밖에는 없다. 그래서 나는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자기 합리화를 기가 막히게 한다. 갖가지 핑계를 자존감 지키기라고 과대포장하는 거지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동의는 필요없다. 오직 나만 설득하면 되는거니까.

하지만 매번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알면서도 설득당해주는 이유는 내가 아니면 안 되니까. 이 세상 누구도 나만큼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은 없고, 나만큼 내가 애틋하고 잘 되길 바라는 사람은 없으니까 나는 오늘도 내가 한 발자국이라도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믿으며 나를 추앙한다. 브라보! 멋지다. 미리야!

오랜만에 만난 동생이랑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에 그 친구가 이런 메시지를 보내왔어요. 언니가 "뭐 하고 지냈어?"라고 물었으면 "나 그냥 지냈지" 하고 우울하게 대답했을 텐데 "뭐 좋아하고 지냈어?"라고 물어보니까 할 말이 너~무 많았다고요. 오곰님들은 2주간 "뭐 좋아하고 지냈어요?" by 령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