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작가

✍️ 마틸곰

특별히 의도하고 책을 고르는 것은 아닌데, 펼치는 책마다 같은 맥락의 글이 보일 때가 있다. 2023년에는 우주의 기운이 ‘글쓰기’로 흐르고 있나 보다. 독서 모임 책으로 선정된 소설책에서 뜻밖에 작가에 관한 문장을 발견했다.

한때 나는 특별한 사람들만 글을 쓰고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특별하다는 것, 나는 갖지 못한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 글을 쓰고 작가라고 불릴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내 머릿속에서 작가들은 닿을 수 없이 멀리 있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늘 그들을 숭배하고 선망하면서 나의 평범함을 아쉬워했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글을 쓰려는 마음을 갖는다는 게 큰 욕심 같았다.

폴 오스터 소설에서 발견한 문장 속 ‘누구나’라는 단어를 보면서, 나는 이 세상에 나와 같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을 떠올렸다. ‘누구나’에 속한 모든 사람은 고유한 주체라는 깨달음. 그리하여 특별한 사람, 평범한 사람을 나누는 것이 무척 어리석은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글을 쓰는 일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 삶을 살아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자기 삶의 작가였다. 그저 삶을 글로 옮기는 작업만 남아있을 뿐.

나는 이미 내 삶의 작가야!

아무도 안 들리는 작은 나만의 공간에서 혼자 속삭여 보았다. 손가락들이 조금씩 간질거리고 가슴은 두근거렸다. 그동안 마음속에 품기만 했던 언어들을 세상 밖으로 내놓고 싶어졌다. 폴 오스터는 가정법이 아니라 확정적으로 말했다. 누구나 작가라고. 가능하다면 삶은 다른 사람들 삶과도 연결되어 있으니, 함께 쓰는 일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세상에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곧 작가이며 그들이 삶을 글로 옮기는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라본다.

"의외로 가능할지도...?! 어쩌면 가능할지도...?!"

포인트는 말줄임표와 물음표 느낌표인데요, 억양을 살려서 읽으면 무언가에 쫓기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안 돼도 상관없고 되면 오히려 이득인 것 같은 이상한 용기가 생기거든요. 하기 싫던 일도, 보기 싫은 사람도 의외로 괜찮을 수 있고, 내가 싫어하는 나 역시도 의외로 괜찮을 수 있다!이렇게 응용하면 또 긍정적이고 너그러운 마음도 생기고요. 마음이 아프고 슬픈 일이 있는 날, 아니면 그냥 우울한 날에도 “지금 이 순간, 어쩌면 나에게 도움이 될지도...?!”라고 속으로 되뇌이면서 호기심 가득한 표정, 능청스러운 표정을 지어봅니다. _효주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