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하는 것, 그게 노력이고 재능이다."

📖 박연준, <쓰는 기분>(현암사)

천천히, 여기에서, 내가 틔우는 싹

✍️ 여주곰

의도치 않게 급한 물에 휩쓸려, 생각지 못한 곳에 자리 잡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꽁꽁 뒤틀린 마음속에서는 '내가 왜 여기 이러고 있어야 하지?'라는 생각이 불쑥불쑥 고개를 들곤 했다.

내가 생각하는 조건을 이뤘지만, 지금의 내 모습이 과연 내가 원하고 꿈꾸던 삶인지는 잘 모르겠다. 몇 달 전, 나의 커리어에 관해 함께 일하던 남편에게 의견을 물었다. 딱히 이렇다 할 뚜렷한 의견이 없던 그가 머뭇거리다가 "일하며 에너지 빼앗기지 말고, 육아에 집중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라고 말했을 때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싸움을 걸고 있었다. '내 삶에 선택지가 있느냐, 당신이 만드는 계획에 나는 늘 나를 껴맞춰야 하는 거 아니냐, 나는 깍두기 같은 존재냐...라면서 말이다.(이럴 거면 도대체 왜 물어본 걸까?)

그런데 참 희한한 일이다. 최근에는 작은 변화가 생겼다. 작년에 목표하던 바를 두 가지 이루었으니 올해는 그냥 좀 내려놓고 육아에 집중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라고 나 자신에게 계속 대화를 시도하다보니, 나는 지금 삶이 꽤 만족스럽다. 함께 일하던 동지로부터 일을 하지 말라는 얘기가 왜 그렇게까지 자존심 상하고 속상했는지. 아마 내 안의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아직 너무 큰가 보다. 가만 생각해 보니 오히려 고맙다는 소리를 못 들은 남편이 서운해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안젤름 그륀의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게>라는 시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날마다 하루는 반가운 초대

아침이 밝아오면 새로운 삶이 당신을 기다린다. 

오늘의 삶을 스스로 선택해본다."

나는 오늘 이 장소에 반갑게 초대되었다. 내가 닿은 이곳에서 천천히 보드라운 싹을 틔우고 있다. 

"요즘 어때?"라는 문장에 '마음'을 넣은 것만으로도 조금 더 구체적인 질문이 됩니다. 그럼 "괜찮다"라는 질문보다 살포시 더 솔직한 마음이 나올 때도 있고요.

아침 일기를 쓸 때마다 제 마음을 늘 적어요. 오늘은 이래서 기분이 좋고, 저래서 안 좋고. 그렇게 하루하루에 마음의 안부를 물어봐 주는 것으로도 꽤 위안이 될 때가 있더라고요. 여러분들도 그런 날들이면 좋겠네요.:) _제이유곰

💌 오곰들에게서 온 답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