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해야 하는 두 가지 운동, 하나는 슈트 입기, 하나는 보트 오르기.”

📖 하미나, <아무튼 잠수>

이 문장을 읽고 얼마 전 상담에서의 대화가 생각났다. 상담 선생님께 요즘 내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서 괴롭다고 말했다.

상담 선생님: 해야 할 일이 뭐길래 하지 않고 있는데요?

나: (오래 생각한 후) 운동하고, 일기 쓰는 것 같은 일들이요.

상담선생님: 운동하고 일기 쓰는 걸 하지 않는 게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고민할 일인가요?

나: 아니죠. 하지만 그것들은 제가 정말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해요. 그걸 하지 않고선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어요.

나를 거의 믿지 않는다. 24시간 중 18시간을 의심하고 지낸다. 동시에 내 안에서 의미와 목적을 찾아야만 제대로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좀처럼 수월하게 움직이기 힘든 녹슨 양철 나무꾼 같다. 움직임을 부드럽게 만들어줄 기름을 찾기가 아주 힘들다. 40분 땀 흘려 운동하고, 아침저녁으로 쌍욕과 허황한 꿈이 가득한 일기를 쓰고, 15년 전 듣던 음악을 들으며 눈물을 줄줄 흘리는 갖은 쇼를 해야 기름을 쥐어짤 수 있다. 정말 고단하다.

또 상담에 가서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들고 귀찮은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원래 사는 게 그런 거라고 했다. 일하고 와서 밥 먹고 샤워하고 제시간에 잠드는 게 원래 힘든 일이 맞다고. 그럼 어떡하지? 일을 그만두어야 할까? 일기 쓸 힘도 없는데, 펜 잡고 공책 펴고 아무 말이나 쓰다가 일어나 수정 펜을 찾고 쓴 걸 지우는 일도 힘든데, 회사에서는 인생과 관련 없는 글을 다섯 장씩, 스무 장씩 생산해내니, 이런 부조리가 어디 있나?

매일 간신히 준비운동만 하다가 도저히 다이빙할 수가 없다. 그래도 지금 기분이 나쁘지 않다. 금요일 밤이기 때문이다. 근데 이게 맞나? 금요일 밤이라고 기분이 좋아도 되나? 단지 참을 만한 미로에 갇혀 있는 건 아닐까? 다음 주도, 다음 달도, 내년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