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두 번째 오곰장 편지는요
🎧 문장 브금 : 이상순, <완벽한 하루>
📚 오늘의 문장메모 : 시도와 행동 문장들
✍️ 오곰장 에세이 : <잘하려고 하지 말고> by 은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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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곰님들🐻, 잘 지내셨나요?! 겨울잠을 자고 돌아온 <오곰장 편지>입니다. 이번 겨울은 어느 때보다 빠르게 흐른 기분이에요. 지난해를 회고하고, 한 해를 계획하고 결심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3월이라니. 놀랍더라고요. 올해를 시작하며 결심했던 것들, 해나가고 계신가요?! 이번 편지를 준비하며 문득, 특히 우리나라는 시작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월 1일 새해, 그리고 설날, 그리고 봄. 세 번의 시작이 있더라고요.😂 '벌써 3월이라니' 종종거리기보다 다가오는 봄을 또 한번 움직일 기회로 삼고 다시 움직여보려고 합니다. 으라챠챠챠챠. 기지개를 켜고 <오곰장 편지>도 다시 움직여봅니다. _희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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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장 브금 : 이상순, <완벽한 하루>
문장메모를 읽으며 듣기 좋은 음악을 소개합니다. 일단 플레이▶️하고 읽기 시작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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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를 이탈해 새로운 우주로 떠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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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0이니까 1이 되기 어려운 거예요. 작게든 안 보이게든 일단 1을 하면 그 다음 2번 3번은 쉽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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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당신이 할 수 있는 작은 변화를 찾아 시도해보고 그 변화를 기록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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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이 감소하면 근육이 퇴화한다'는 원칙을 헬스장에서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뇌도 그렇다. 어렵다고 방치하면 수행력은 계속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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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는 과녁을 빗나가는 화살이 더 많다. 때로는 엉뚱한 곳에 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계속해서 시도하고 더 노력할수록 평균적으로 좀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화살을 많이 쓸수록 과녁을 명중시킬 확률도 높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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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의 에너지는 정지의 안정성보다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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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곰장그림: 령 / 문장메모: 시안, 소하, 쏘이, 리라, 미리, 두썸띵, 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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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곰장 에세이
문장 모으는 곰🐻들이 쓴 글을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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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려고 하지 말고
by 은곰
생애 첫 합평이라는 경험을 했다. 은유 작가님과 함께 책 읽고, 토론하고, 글써서 발표하는 메타포라 수업을 듣고 있는데, 지난 주가 내 글을 발표하는 차례였다.
내가 은유 작가님 앞에서 내 글을 소리내서 읽는다고? 😱
'뭘 쓰지? 잘 쓰고 싶은데..' 이 압박으로 3일이 흘렀다. 그 와중에 딸이 감기에 걸려 밤마다 열이 39도까지 올랐다. 열 보초를 서면서(두 시간에 한 번씩 열을 재면서) 새벽마다 뭘 쓰냐는 고민을 했다. 역시 떠오르지 않았다. 이렇게 글감이 없는 사람이었나,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러면서 이 문장이 떠오르기도 했다.
"어쩌면 글감의 빈곤은 존재의 빈곤이고, 존재의 빈곤은 존재의 외면일지 모른다."
_ 은유, <글쓰기의 최전선>, 52쪽
결국 숙제처럼 생각했던 소재인 모유 수유에 대해 써보자 결정했다. 누구도 나에게 말해주지 않았던 걸 말하고 싶었다. '모유 수유 그렇게 나쁜 게 아냐.' 에 대해 써보자.(나에겐 억울함이 글쓰기의 동기가 되는 것 같다.) 게다가 단유한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았으니 아직 '경계인'이다. (은유샘이 메타포라 수업 중 하신 말씀: “'경계인이 볼 수있고, 쓸 수 있죠.”)
일기와, 모닝페이지에 썼던 모유 수유의 말을 모았다. 그걸 모으면 얼추 글이 될 줄 알았는데, 어림도 없다. 파편처럼 흩어져 한 편의 글로 뭉쳐지지 않는다. 다 치우고 다시 써보자 마음먹는다. 그래도 안 써진다. 시작도 못하겠다. 자려고 누웠다가 허준이 교수님 말이 생각났다. "잘해야된다는 생각이 모든 걸 망치는 것 같아요." 초안을 쓰던 파일 제목을 아예 '잘하려고 하지 말고'로 바꿨다. 그제야 첫 문장이 떠올라 받아 적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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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평 당일 점심시간. 남편에게 말했다. "나 오늘 저녁 수업에 못 갈 것 같아. 이런 저품질의 글을 다른 사람들의 귀한 시간을 잡아먹으며 그것도 소리내 읽는 건 말이 안 돼. 너무 창피해." 남편이 말했다. "그거 자연스러운 증상이야. 긴장되면 피하고 싶으니까. 일단 출력해서 내 앞에서 한 번 읽어봐." 그렇게 세 번 읽었다. 읽으면서 불필요한 문단을 하나 지우고 표현 몇 가지를 바꿨다. 처음 읽었을 때보단 내 글이 조금 더 마음에 들었다. 역시 육성으로 읽어야 이런 디테일이 보이는구나. (들리는구나.)
낭독을 시작하자 내 목소리가 아니라 염소 목소리가 나왔다. 평소 존경하는 은유샘이 내 글을 바로 옆에서 듣고 계시다는 생각에 나는 극도의 긴장을 느끼며 한 문장씩 읽어 내려갔다. 잘 읽으려 하지 말고 그냥 나대로 끝까지 읽자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제야 곁눈으로 몇 분이 끄덕이는 모습이 보였다. 그게 큰 힘이 되었다.
다 읽고 앉으니 ‘휴 끝났다.’는 안도감이 찾아왔다. 질문을 받으면서는 모든 질문, 모든 합평의 말이 감사했다. 누군가 내 글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그렇게 고마운 일인지 몰랐다. 쌍둥이를 임신한 분이 모유 수유에 관심이 간다고 말했을 때는 마음에 큰 울렁임이 있었다. 내 글을 읽고 누군가 모유 수유에 대해 다시 생각하면 좋겠다는 동기에서 시작한 글이었는데 조금이나마 가닿았다는 것에 감동받았다. 내 글이 가진 한계를 알게 되어서도 기뻤다. (마무리가 약하고, 시대성이 부족하며, 좋은 면만 강조해서 균형감을 상실) 나는 전혀 웃기다고 생각하지 않는 부분에서 듣는 분들이 웃은 것과, 은유샘이 아예 코믹으로 가는 게 어떠냐고 하신 건(난 심각하게 쓴 건데) 아직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피드백 중 '은곰만의 톤과 매력이 있는 글'이라는 말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다. 언제고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하지 않고, 멋있는 척하려고 하지 말고, 화장기 없는 생얼의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잘하려고 하지 말고.
✍️은곰이 은유샘 앞에서 읽은 글 https://brunch.co.kr/@eunkohlab/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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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곰장 편지💌의 오곰장은 오늘의 문장을 줄인 말입니다. 문장은 읽는 이의 시선에 따라 같은 문장도 각기 다른 의미로 읽히잖아요. '문장'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걸 표현하고 싶어 문 자를 뒤집어 곰이라고 썼어요. 그래서 오곰장🐻입니다. 편지에 담긴 문장메모와 에세이는 '자아성장 큐레이션 플랫폼' 밑미에서 진행하는 읽고 꾸준히 기록하는 문장 메모 마을 리추얼 메이트들의 것입니다. 매일 책을 읽고 손글씨로 오늘의 문장을 함께 쌓아가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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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곰, 은곰, 하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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